대웅전 6층석탑 앞에 있는 만세루에서 시화전이 열렸던 모양이었다. 이곳이 언제부터 차실로 자리 잡았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꽤 크고 넓은 곳에 벽쪽엔 수묵화를 전시해 놓았다. 커다란 나무를 통째로 반을 갈라 테이블로
쓰니 자연의 멋이 있었고 은은하게 차맛을 우려내줄 다기들이 테이블마다 비치되어 있다.
밖으로 넓게 난 창밖을 보며 이곳에서 마시는 차맛은 어떨까. 시간이 촉박하니 가보진 못했지만 오는 길에
차나무가 있다고 했다. 선운사에서 직접 따서 돗군 향긋한 차에 물이 좋으니 맛이야 좋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갈증이 나지도 않았지만 이리 사진을 찍는 것도 기도시간에 빠져 나와 찍는 것이니 차맛을 시음해볼 시간이 없다.
여기에 앉아 밖으로 눈을 돌리면 담너머로 연분홍 백일홍꽃 배롱나무가 보인다.
이곳은 다기그릇과 불교용품등 관광객들에게 선물을 파는 곳이 있다.
키큰 땡감나무는 파란 하늘을 향해 높이 가지를 뻗었다. 가을의 넉넉함을 말해주 듯 가지마나 올망종망한
작은 땡감들이 다닥다닥 매달려있다. 농익어 색이 짙은 감은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한다.
어릴 때 자주 갔던 시골 외갓집 감나무였다면......이 감을 보고 있으려니 홍시가 되어야 먹는 감을 기다리지
못하고 따먹었다가 떫은 감맛으로 입안이 이상했던 생각이난다.
살림이 크고 전통이 있는 사찰에 가서 공양을 하면 그곳 공양간에는 막 입문한 사미승들이 수행의 방법으로 밥과
반찬을 하며 공양주보살과 함깨 부엌일을 하는 걸 보게된다.
아주 오래전 겨울이였다. 해인사에서 공양을 하는데 단정하게 옷을 입고 파릇한 머리가 유난히 춥고 시리게 보였던
어린 사미승들이 얇은 옷을 입고 공양간에서 밥통에 반찬을 들고 분주하게 부엌일을 하는 걸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때 거기서 먹었던 두툼한 두부조림의 맛은 지금도 기억 나는데 여기도 낮에 공양을 하는데 몇분의 어린 사미승들
이 우리가 먹을 점심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었다. 국옆에서 그릇에 미역이 가득 담긴 국을 그릇에 담아줬다.
점심공양을 거드는 일도 사찰에서는 수행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럴 땐 왠지 미안하기도 하고 더욱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토담 돌 사이에 진흙을 메꾼 흙담이 정겹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풍경들이니 사진에 담았다.
사찰에 오면 기와장에 이름을 쓰는 기와불사가 있다. 불전함에 만원을 넣고 기왓장에 가족들 이름과 소원을 적어 넣는다.
이날 나는 도솔암에서 하고 내려왔다.
햇볕이 좋은 날 따가운 볕에서 땡감도 말랑하게 익어 간다.
낮에 점심은 이렇게 한식부페.....찬은 조촐하지만 이 나물들을 모두 섞어 고추장을 한스픈 넣어 김가루을 뿌리고
비빔을 하면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이런 나물밥에 국물보다 미역이 많은 미역국 한그릇을 파릇하게 머리를 갂은
사미승이 떠 준다. 내가 접시에 이 음식을 담아 놓고 사진을 찍으니 옆에서 국을 떠주던 어린 사미승이 나를 보고
수줍게 웃었다.
공양간을 백명이상이 한번에 밥을 먹은 만큼 널러리로 크고 넓었고 후식은 깎두기처럼 잘라 놓은 메론이 있었다.
파랗고 한점 걸림없이 해맑은 가을 볕에 설익었던 곡식들과 열매들은 단단히 여물어간다.
이 감들은 잘 익어서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 엄동설한 눈속에서 새와 다람쥐들에게 소중한 식량이 된다.
나무는 자연이 주는대로 열매를 맺고 배풀고 사계절을 산다.
올해는 풍년이니 부자되게 해주니 고맙다고 한아름 감사함을 담아 가을에게 보내고 싶다.
블로그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오늘 하루종일 사진을 고르고 포스팅을 하며 다른 일은 하지도
못하고 시간을 보냈네요
이러니 블방나들이는 못하니 댓글은 닫아만 놨는데 너무 이렇게 하는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열어 놓아요. 그냥 열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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