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깊고 오래된 사찰을 다니다 보면 건물이 웅장하다거나 화려하다거나 하는
보통의 시각적으로 눈에 비취지는 풍광보다는 시간의 깊이를 더해 나무 결이 뜯겨 낡아
진 기둥과 서까레 창문살과 디딤돌등 예전에는 알아보지 못한 세밀한 부분들이 눈이 가
게 되고 안으로는 삼불 부처님과 뒤의 후불탱화 그리고 한켠에 모셔놓은 신장단의 탱화
속 인물들의 모습과 익살스런 표정까지 흥미를 더하게 되는 듯하다.
기림사 처음 여기에 방문을 했을 당시 역시 이맘 때 만개한 벚꽃이 온통 산과 들을 이쁜 봄
꽃들로 수를 놓던 한창 그때였다.
오래된 고목 벚꽃나무에 흰실타래처럼 흐미한 거미줄같은 꽃들이 실하지 않은 가지에 작은
나비처럼 얹혀있었다.
마치 한사람의 인생처럼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힘없이도 꽃을 피운 그 모습이 아련했다.
난 이리 오래된 벚나무는 처음 봤었기에 이렇게 꽃을 피운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대견했었
나 늘 변함없이 봄은 오고 벚꽃이 필 무렵이면 여기 천불전 앞 벤취 뒤에 몇그루의 고목
벚나무를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난 얼마나 여기의 봄이 좋았나 모른다.
3월 봄만 되면 남모르게 감춰놓은 보물을 꺼내어 보듯이 여기를 그리워했다.
다녀간지도 벌써 3년이 지났으나 첫방문에 보았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과 들 그리고 숲
넉넉한 차방과 풍광에 반했었던 그 모습 변한 것이 없이 그대로였다.
일주문을 지나서 사천왕 앞을 통과하면서 파란 하늘아래 눈에 선했던 그 풍경들이 펼쳐졌다.
느긋하게 경내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발도장 눈도장을 찍었다.
대웅전 옆의 계단을 오르면 천분의 부처를 모신 천불전, 그 아래로는 오래된 관세음보살
을 모셔놓은 관음전과 산가까이 깊숙이 들어가있는 삼성각이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마치 다른 곳에 와있는 듯이, 훤했던 마당에 눈에 걸리는 것은
어디서 갖다 심었나, 꽤 오래된 나무들이 빈곳없이 빼곡해서 모든 건물들이 나무에 가려
져 있었다.
여기의 보살님의 의하면 더 많은 나무가 이곳에 심어질 예정이라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된 벚꽃나무 몇그루 가장자리에 있고 바로 앞의 벤취 넉넉한
풍경이 좋았건만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주변은 온통 산과 나무였고 물고기는 어항속에서도 목이 마르는 것일까, 빈 마당에 넉넉
한 곳하나 없이 나무밭으로 만드신 분의 의중이 궁금했다.
그 분은 아마도 경내에 나무 정원을 가꾸는 것이 소망이셨나보다.
다른 분들도 예전의 한가하고 여유로웠던 모습었는데 이상하게 변했다며, 복잡해했다.
결정권이 있는 한사람의 의지만으로 이 좋은 사찰에 모습이 바뀌는 문제 행해지는 것은
문제가 많다 여러사람의 의견을 추렴하고 심사숙고해서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약사부처님을 모신 약사전
약사전 앞 뜰에 핀 할미꽃이 이쁘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기림사 차방
관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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