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토박이인 나는 중학교를 입학하고 나서는 그때부터 미아리고개를 넘어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창경궁 앞을 지나
다니며 학교를 다녔었다. 이곳을 창경원이라 불리던 그 시절은 놀이시설도 별로 없었고 극장이 아니면 갈 곳도 마땅히
없었다. 서울시내에 있는 4대 고궁은 유일한 데이트코스며 놀이터였다. 봄 벚꽃이 흐트러지게 피였을 때나 지금처럼
단풍이 붉게 창경궁 뜰안을 물들일 때면 이화사거리에 있던 높은 고가도로 버스안에서 궁 안쪽으로 살짝 보이는 풍경에
버스에 탄 사람들은 차창밖으로 스치듯 지나는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었다. 늘 지나다니던 곳이니 일부러 단풍구경을
하러 오는 건 몇번 없는 일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 블로그를 하면서부터는 여행사진등 사진구경을 많이 하게 되는데, 지난 해 가을 어느
블로그에 올라온 이곳에 단풍사진은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넋을 잃게 만들었다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사진이
아름다운 건 말할 것도 없고 정말 환상적이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을
받았었다. 사진작가님들의 블로그에서 멋지게 찍은 사진들을 보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감동을 받는 일이
종종 있는데 내 사진실력이야 다 아는 일이니 부담도 없고 마침 서울대병원에 일이 있던 차에 못 찍는 사진이지만
가을 분위기라도 느낀다면 좋겠다싶어 창경궁의 가을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마침 무료로 모자를 쓴 고궁안내원의 상세한 설명과 안내을 받으며 관광을 하는 학생들 무리에 끼어 쫒아 다녔는데
설명은 뒷전이고 사진을 찍느라 내용은 거의 듣지 못했다. 열심히 경청하고 메모를 했더라면 포스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텐데 싶기도하다.
몇시에 안내원의 관광안내가 시작되는지 다음에는 착실하게 공부하는 관람객이 되야겠다는 생각을한다.
안내원이 조근조근하게 이야기하는 역사속에 왕과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들은 지금시대에 맞게 적절한 비유
을 들어서 설명을 잘 해주었다.
임금이 나라일을 보시던 곳 명정전 뒤쪽문을 나오면 넓은 후원 뜰을 지나 후궁들의 처소로 이여진다.
너무 휭할 정도로 넓은 뜰인듯 마당인듯 한 곳이여서 겨울이면 괭장히 추웠겠다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같은 이렇게 넓은 뜰이 있다.
뒷쪽으로 나있는 돌계단에 오르면 지대가 높아서 포근한 햇살이 걸림없이 내리쫸다. 거목의 소나무들과
낙엽송들이 흩날리는 가을 분위기는 낭만이 있고 운치가 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햇볕이 따사로운 날은
좋은 사람들과 이곳으로 소풍을 오면 좋을 것 같다.
춘당지 연못가에 있는 보물 팔층석탑....가운데 봉긋한 부분은 밥주발 모양을 했다.
요즘 같이 깊어진 가을엔 해의 역활이 중요해서 해가 구름에 가리니 금방 쌀쌀한 기온에 차가운 공기가 엄습했다.
아직은 해가 있어서 밝아야 하는데 춘당지는 금방 어두워졌다.
기온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따뜻한 음료 자판기에 몰려 뜨거운 커피를 뽑는다.
춘당지의 단풍은 흡족하지 않았는데 다행이도 식물원 부근에 붉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나무가 가장자리에
있었다. 멀리서 봐도 붉은 색을 입은 나뭇잎들과 여학생들이 어우러져 아름답게 빛났다.
아주 오래전에는 이 창경궁 식물원에 높이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린 열대식물들이 꽤 많이 있어서
신기한 나무들을 많이 봤었다. 그리고 남산 도서관 부근에 남산 식물원은 열매가 달린 신기한 열대식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였다.
산책하기엔 너무 좋은 날 햇살 좋은 날
]
만추는 아니더라도 이정도면 가을 단풍 구경은 흡족하게 보는 건 아닐지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고목나무들이 일제히 잎을 떨구는 낙엽길 후원 언덕길에 오후 햇살이 따사로웠다. 별일이 없는 날이면
이런 곳을 한가로이 산책하고 고궁의 가을속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단풍잎이 아름다운 창경궁의 가을속으로 빠져들면 멋진 시간이 될 것 같다.
창경궁을 한바퀴 돌며 내려오는 길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 온 빨간 단풍나무가 예쁘다. 온통 잎이 빨갛게 물든
이 고운 나무를 배경으로 어르신들이 대동한 사진사의 카메라앞에 섰다. 꽃보다 어르신.....빨간 바바리코트를
입으시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붉은 단풍색만큼이나 고운 소녀 같은 느낌이였다.
창경궁에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너무 넉넉해서 넘치지도 않고 딱 알맞게 품이 넓은 그런 곳이다.
이런 풍경앞에 서면 사진을 멋지게 좀 잘 찍고 싶어진다. 풍경은 참 좋은 데 사진이 영 아니다.
이 나라를 곱게 물들인 가을은 이 나무처럼 옷을 훌훌 벗어 던져버리고 먼 곳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의 인생에 미묘하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도 나무처럼.....사람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감정에 의해
움직이니 힘든 일이 겠지만 때가 되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울 때 미련없이 훌훌 털어 버릴 줄 아는 나무가
부럽다. 만물을 숨쉬게 하는 위대한 자연......눈에 보이지는 않아 겉은 화려해보이는 나무는 이 아름다운
가을을 뒤로하고 겨울을 보내기 위해 눈물나게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나무처럼
만이 아니라 나무는 위대하다 인 것 같다.
사색을 하며 생각이 깊어 지는 이 가을엔 누구라도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는 듯하다.
아름답고 화려한 단풍옷을 입은 가을 다음 주말부터는 겨울같이 기온이 뚝 떨어질거라고 하네요.
11월 중순으로 가면서 이제 곧 겨울도 시작되겠지요,
가을 분위기에 젖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길을 걷는 것이 너무 좋더라구요. 11월이 되니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크고 작고 많은 일들이 함깨 했던 순간들 앞으로 오는 시간들도 소중하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마음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건강을 해치게 되니 밝고 낙천적인 마음으로 때로는 허허 웃어버리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이웃님들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 가득입니다.
11월은 더 새롭게 좋은 일들 가득하시고 여유로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11월은 웃음꽃이 활짝피시고 행복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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