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에서 온 다음 계속 날이 개여서 구름속에 숨었던 해가 살짝 얼굴을 비췄다.
덕분에 이동하는데 우산을 안써도 되니 한결 가볍게 움직였다.
여기도 길가에서 삼방산이 보이고 오가는 사람들에 시선을 뺏는 인어공주가 있는
앞길이다.
바다색과 하늘색이 맞닿아 구분이 잘 안되는 맑은 날의 오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제주도는 옛부터 여자의 섬 바다는 삶의 터전이며 물속에 뛰어 들어가 해삼과 멍개와 전복
등 물고기를 잡고 자식을 낳아서 키웠다고 키가 구척도 넘었다는 전설의 제주의 할망이 한줌
의 흙을 떨궈서 한라산과 오름을 만들었다고했다.
제주 해안가 올레 길위에 고인돌이 있고 바로 옆에 인어공주의 조각상이 있고 잊혀지지
않을 듯하다. 이렇게 사진을 잘 못 찍어 속상해보기는 처음인 것 같고 그나마 더 실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이 부근에 한 식당의 모든 해산물은 자연산이라고 해물탕과 그리고 통째로
뜯은 자연산 전복과 우럭구이...이번엔 두군데가 특히 기억나는데, 그중에 한집이다
다음에도 꼭 이집을 찾아서 가려고,관광객들이 오는 곳이 아닌 현지인이 가는 맛집이다.
이때는 왠만해서는 안찍게 되었는데 이 사진이 남았다.
길가에 인어공주가 있는 이길은 올레길 트레킹족들의 즐기는 코스중에 하나 천천히 주변의
바다와 산을 둘러보면서 풍경이 아름다운 이 길위의 그 사이를 걷는 사람들 기분이 얼마나 좋
을까 이 길이 정확히 몇 코스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어디론가 달려가는 열차에서 잠시 내려 아무것도 없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자연속으로 들어
들어가 때로는 멍때리고 사색하면서 지친 나에게 휴가를 주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숨이 쉬여지
는 행복한 상상이다.
낯선 도시 내 일상과는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이 있는 길위를 걷는다. 보통사람
들은 유독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풍부한 호기심과 감수성 그리고 적극적인 추진력이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이생의 여행이 다 되갈 때 후회하는 일이 적겠다 싶다.